
재검 통보의 사유를 들여다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. 바로 용혈(溶血, hemolysis)입니다. 적혈구가 깨져 그 안의 성분이 혈액의 액체 부분으로 새어 나온 상태를 말합니다. 용혈은 검체가 검사에 부적합해지는 검사 전단계의 가장 흔한 원인이자, 결과값까지 왜곡해 검사 신뢰도를 직접 위협하는 문제입니다. 이 글은 용혈이 왜·어떻게 생기는지, 그리고 이를 용혈지수(H-index)로 관리하고 현장에서 줄이는 방법을 정리합니다.
용혈은 왜 ‘검사 신뢰도’ 문제인가
용혈은 적혈구가 깨져 내부 성분이 혈장·혈청으로 새어 나온 상태입니다. 두 가지 이유로 검사의 신뢰를 흔듭니다.
- 부적합 검체의 가장 흔한 원인: 여러 문헌에서 시험관내(검체가 몸 밖으로 나온 뒤 생기는) 용혈은 부적합 혈액검체의 약 40~70%를 차지하는, 검사 전단계 최다 문제로 보고됩니다. 두 번째 원인보다 약 5배 흔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. (기관·부서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.)
- 결과값 왜곡: 용혈 정도에 비례해 칼륨(K⁺)·LDH·AST 등이 상승합니다. 특히 LDH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합니다(한 연구에서 LDH는 약 4.5배까지 상승). 실제로는 정상인 환자가 고칼륨혈증(혈액 속 칼륨이 높은 상태)으로 잘못 읽힐 수 있어, 불필요한 재검·오판으로 이어집니다.
즉 용혈된 검체를 그대로 보고하면 ‘틀린 결과’가, 걸러내면 ‘재채혈·지연·환자 재천자’가 발생합니다. 어느 쪽이든 비용입니다.
용혈은 왜 생기나, 대부분 ‘채혈~이송’에서
용혈의 상당수는 분석 장비가 아니라 검체를 얻고 옮기는 과정의 물리적 손상에서 비롯됩니다.
이송 지연과 부적절한 보관도 용혈·성분 변화를 키웁니다.
눈으로 말고 숫자로, H-index로 관리
용혈을 육안으로만 판정하면 경도 용혈을 놓치기 쉽고 판단이 주관적입니다. 그래서 자동 분석기의 용혈지수(H-index, Hemolysis Index, 검체가 얼마나 붉은지를 숫자로 재는 값)로 정량화하는 것이 검사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모범사례입니다(육안 확인보다 객관적).
그런데 국내 현실은 아직 여지가 큽니다. 국내 임상검사실 현황 연구에 따르면, 용혈을 모니터링하는 기관 중 H-index로 관리하는 곳은 40.8%에 그쳤고 다수가 육안 확인에 의존했습니다. 게다가 H-index를 쓰는 기관조차 90.3%가 용혈에 대한 내부정도관리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. 정량 지표를 도입하고 정도관리로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됩니다.

용혈 줄이는 실무 포인트
- 채혈 수기 표준화: 적정 굵기 바늘, 진공채혈관 우선(주사기 과흡인 회피), IV 라인 채혈 지양, 지혈대 장시간 적용 금지.
- 튜브 취급: 규정 충전량 준수, 채취 후 부드럽게 전도 혼합(격하게 흔들지 않기).
- 이송 관리: 기송관 속도·완충 점검, 취약 검체는 직접 이송, 지연 최소화.
- 정량·환류: 자동 H-index 도입 후 기준 초과 검체는 재채혈, 원인을 채혈 부서에 피드백하고 교육으로 반복을 줄입니다.
- 덧붙여, 채혈부터 검사까지 검체를 옮겨 담는 단계가 적을수록 기계적 손상·오염이 끼어들 지점 자체가 줄어듭니다. (튜비콘이 옮겨 담지 않는 일체형 검체 구조를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.)
마무리
용혈은 ‘어쩔 수 없는 일’이 아니라 측정하고 줄일 수 있는 품질 문제입니다. 원인을 채혈·이송 단계에서 차단하고, 육안 대신 H-index로 정량화해 정도관리로 이어가면 재검과 오판을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. 검사 신뢰도는 결국 검체가 검사실에 도착하기 전, 그 취급의 품질에서 시작됩니다.
▶ 검사 전단계 오류를 품질지표로 관리하는 큰 그림: 검사실 QI 시작점: 검사 전단계 오류 줄이는 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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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료 참고: 용혈이 부적합 검체의 최다 원인(약 40~70%)이라는 점은 Lippi 외, Clin Chem Lab Med 2008;46(6):764~772(PMID 18601596). 용혈의 결과 왜곡(K⁺·LDH·AST 상승, LDH 최다 민감)은 Koseoglu 외, Biochem Med 2011;21(1):79~85(PMID 22141211). 국내 현황(H-index 관리 40.8%·H-index 사용기관 중 내부정도관리 미시행 90.3%)은 대한진단검사의학회 Laboratory Medicine Online 2024;14(2):90~99(DOI 10.47429/lmo.2024.14.2.90). H-index 정량화 권고(육안 대비)는 ADLM(구 AACC)·Biochemia Medica 자료. 위 값은 각 출처가 보고한 값이며 기관·검사 항목에 따라 다를 수 있고, 구체 절차는 각 검사실 정도관리 기준을 따르세요.
